11월 하순 월평역 주변
몆잎 안되는 가로수잎이 역광빛에 곱다
조석간 기온차가 심하니 천명이 다했음을 아는지
살랑살랑...
지나는 행인들을 향해 막바지 손사례 인사를한다
치료 만 3주째
한발자욱씩 이동할때 마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픈 아픔을 꾸역꾸역 참으며,
난간을 잡고 절뚝이며 87계단을 내려서서
네일타고 지네처럼 꿈틀거리며 도착하는 지하철엘 오른다
지하철 안은 여전히 담담하다
무표정한 얼굴들...
눈을 감고 자거나, 휴대폰에 빠져 들여다볼 뿐
어쩌다 마주친 시선엔 도무지 감정이란게 없다
사람 보기를 돌같이 보는 무심함들.....
노은역에 도착하면
또 다시 85계단을 올라가야 밖으로 나올 수 있다
3번 출구를 나오면 150m남짖 거리에 "아름다운한의원" 간판이 보인다
저 가까운 거리를
끔찍히도 멀리 여겨지는게 질환의 부피고 무게이다.
평소같으면 단숨에 나비처럼 당도할수 있는 고깟 거리를....
아픔이란 그렇다
이 넓은 우주가 통증에 속박된체 무덤속처럼 좁고 갑갑해진다
세상의 온갖 즐거움한테 놀림받고 조롱당하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손만 내밀면 닿을 곳도, 천리같이 느껴지는 감각 오류지대....
병원 휴진날이 아닌 이상
되도록 거르지 않고 치료 받으려 애를쓴다
무엇보다 여원장님의 친근하신 분위기가 편해서좋다
아픈 부위에 대해 문진도 하시지만
촉진과 진맥을 통해 속속들이 아픈댈 집어내신다
아~얏..!
봉침은 여전히 아프고 몸을 오그라들게했다
눌러서 아픈곳이면 염증이 있을 수 있다시며
어혈을 뽑는 부황을 하신 뒤에 혈따라 조르륵 침을 놓셨다...
얼굴이 닮은건 아니지만
미소가 전도연 같은 침구실 샘이,
사근사근 경직되고 겁먹은 마음을 풀어준다
정감있는 손놀림엔 성의가 실려있고
쾌유를 기원하는 정성이 고스란히 베여있다
피부실 샘,
순결한 음색이 너무 고와서
그 목소리 듣고만 있어도 가슴이 노골노골 해진다.
탄력있고 새까만 긴머리의 옆 선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녹슨 재주지만 묶은 화첩 꺼내서 스케지하고픈 유혹을 준다
선량함이 백합향같이 흩날리는 천사, 아니 모나리자 ...
종종 물리치료시 보살펴주면 계탄듯이 행복해진다.
안녕하세요?
병원문 들어서면 데스크에서
높은 옥타이브로
쾌청하게 맞아하는 샘!
초롱초롱한 눈빛속엔 총명함과 다부짐이 스며있다
뽀얀 얼굴로 또랑또랑 설명해주던 복용법 지시대로
여과없이 순종해야만 할 것 같아 내 딴에 적극 노력중이다...^^
그렇게 기분좋은 진료진 시스템덕에
걷기도 앉기도 움직이기도 힘들던 무릅은
구부릴때만 좀 당기고 아플 뿐
서 있을때의 통증은 거의 미약해졌다
봉숭뼈 밑 콩알 크기로 솟았던 멍울도 작아지고....
내게 있어 약맛은 언제나 쓰다
아침에 전기밥솥에 넣어 10분쯤 데워지면
첫봉을 마시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낮엔 점심공양 후 1시간 뒤에,
그리고 저녘엔 잠자리 들기전에 복용한다
양 미간에 주름살 모으며
조금씩 여러번에 나눠 마시는걸 보시며
울 남편 "사람 참, 사약이라도 돼...?" 라며 놀리신다.
농부가 막걸리를 들이키고 안주로서 컬컬한 뒷 맛 입가심 하듯
내게 있어서도 탕약은 언제나 안주를 필요로한다.
사탕, 과자, 김치...
허다못해 고추장이라도 찍어 먹어야 쓴맛에서 헤어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