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 들려서 일을 보고
서둘러 정류장에 도착하니
한의원가는 시내버스가 100m앞에 등을 보이며 멀어진다
아쉽고 안타까운 것 중에
헤어지는 임의 뒷 모습과
놓쳐버린 버스꽁무니 바라보는거라 했던가?
느닺없이 밀려든 한파
콧끝에 방울토마토 매달린듯 빨개지게 추웠다
다음 차가 오기까지 30분,
"정류장서 기다리느니 종점까지 걸어가면
추위도 덜고 지루함도 줄겠지..? " 싶어 걸었다
종점에 도착하니
대기중인 버스안에 의자를 제끼고 기사님은 쉬고 계셨다.
춥고 발이 시렵긴해도 기사님의 오수를 방해하긴 싫어서
장갑낀 손으로 귀를 부비며 발을 동동동 구르는데
저만치 내 또래 여자분이 오시더니 앞문을 두드렸다.
단잠을 방해받은 기사님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불만스레 일어나셔선
마지 못 한 얼굴로 차 밖으로 나오셨다
볼맨소리로 출발시간 10분 남았어요 하시더니 찰까닦...!
보고있는 내가 다 무안하리 만큼
문 앞에 빠짝 서 계셨든 승객을 무시한체
출입문을 잠그곤 도로를 건너 상가로 향하셨다.
잠시 후,
손에 피로회복제 한병 들고 오신 걸로 보아
화장실에 가셨다가 약국엘 들려오신 듯 짐작되었다
출입문을 열자
기사님과 함께 모여있든 남여 승객 여닐곱명이 올라탔다
벼르고 있었는지 아까 그 여자분이 가사님을 향해 따지는데,
"종점에서 출발 10분전이면 당연히 문을 열어 줘야지
이 추위에 승객 코앞에서 문을 잠그고 화장실가는
그런 얌체머리 없는 처사를 어찌 할 수 있느냐 ..?
내가 도둑으로 보여 차내 물품이라도 훔쳐갈까 그랬느냐...?
저기 다른 차들 좀 봐라!
다들 난방된 차안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 "
약오른 승객이 차 내부에 부착된
차고지 안내 카드를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댔다
기사님 사진과 이름도 적혀 있었다
민원제기라도 할 량 보이셨다
높아진 언성과 상황에 멈칫하시는가 싶더니
금새 욱하신 성품 참지 못하고 덩달아 발끈하셔선
" 사람이 어디 다 같을 수 있냐,
저런 사람도 있고 이런 사람도 있지,
성격이 다 다른데 어찌 똑같길 바라느냐 ..." 며 반박하셨다.
저기요, 기사님!...
"그건 성격차이가 아니고 성품 차인거 같습니다.."
웬만한 성품이고 인품이시라면
출발시간 10분 남았으니 요금체크는 출발전에 하시더라도
추운데 올라오셔서 몸이라도 녹이십시요" 하셨을겁니다." 라고
한마디 거들고 싶었지만
후~후~ 입김으로 언 손만 녹이며 꾸욱 참았다.
출발과 더불어 버스안 라디오를 켜니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살아생전의 독권도 표리부동한 권력으로 무서웠지만
돌아가시는 날도 80년만의 혹한에 남북이 얼어붙었다 하니
"웰빙(Well Being)
웰다이(Well Die, Well Dying, Well Ending)
생과 사가 둘이 아니라던 불이문(不二問) 설법이 떠올랐다
~~~~~~~~~~~~~~~~~~~~~~~~~~~~~~~~~~~~~~~~~~
숲 한가운데 들어가 있으면
숲 전체를 보기가 힘들다했다.
허나 조금만 물러서서 나오면
숲 전체를 보고 조망하는데 어렵지 않는 것 처럼
카메라 조리개를 열면 심도가 얕아지고
국한된 일부의 피사체가 또렷히 들어오지만
반대로 조리개를 조여 심도가 깊어지면
넓고 많은 피사체가 화인더 안으로 들어온다
클로즈업 된 앵글은 포획이고 정체며 유착이라치면
멀리 보이는 풀샷은 여유고 흐름이며 소통이 아닐까 싶다.
돋보기를 쓰면 가까운 글씨는 무리없게 보이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글씨와 사물은 제멋대로 뭉개져 분간이 어렵다.
또 돋보기를 쓰지 않으면 가까이 보아야 할 글씨나 사물은
알아 볼 수 없게 흐려지지만 원거리 시경엔 하등의 문제가 없다
하여 돋보기를 쓰든지 벗든지 동급의 불편이 늘상 시소를 탄다.
아무튼 내게도
무의식적으로 가까이 집중하는 세습이 있어
오히려 제대로 볼 수 없고 분별할 수 없어서
우를 범하는 허물속에서 살아 왔는지도 모른다.
하여 나이들면서 오는 노안 장애는,
우주의 순환적 이치!
편엽된 시야로 보고 얽매이지 않도록 시력을 압류해서
광대히 관망하고 포용하도록 유도하는 신의 섭리가 아닐지 ...^^
~~~~~~~~~~~~~~~~~~~~~~~~~~~~~~~~~~~~~~
여하튼,
가슴가득 팽배했던 우동 가락이 차츰차츰 풀어져 갔다.
젖 몸살 앓듯 단단하게 뭉쳐 스치기만 해도 찌르르~
아파오던 양쪽 유방이 홍시감처럼 부드러워져 갔다
터질듯한 통증도 삼십육개 줄행랑 칠 기세고
그렇듯 가슴분위가 웬만해져가니
이번엔 시신경과 이마에 침을 놓으셨다.
조금만 과로하고 피로해지면
눈 주위가 푹 꺼지고 꺼진 부위가 안구를 자극해선지
그때마다 흰자위론 빨갛게 토끼눈 처럼 핏발이 서리곤 했다
시력 때문에 불편을 호소했던 말을 기억하셨는지
원장님께선 눈 아래 시신경, 그리고 이마...
미간사이 움푹 페인 상처, 파편자국 까지도
침을 맞으면 흉터가 엷어지는데 도움이 된다며 놓아주셨다.
침을 꼿고 누워있으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집에선 불면증으로 어렵게 잠들었다가
불쑥 설잠으로 끝나기 일수지만
침구실에선 혹여 잠신이 있나 싶을만큼 꿈까지 꾸며 잠들곤한다
내가 좋아 하고
날 좋아해줘야 할 숙면(熟眠)
그 잠우와 함께
따끈따끈한 돌뜸의 묵직한 눌림으로 안도와 친해지는 시간이다...<계속